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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초록/미디어 속의 초록이

리틀 포레스트 1 (가을)

by 산^*토깽이 2020. 9. 19.

벼들이 익어가는 논길의 이치코

 

 
이치코가 사는 코모리 마을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일본의 조그만 시골 마을 코모리와 한국의 농촌 마을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가을은 농부들을 가장 바쁘게 하는 계절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 수확해야 될 곡식들로 시골 코모리 마을도 분주해집니다.

이치코 또한 산으로 들로 빠쁘게 움직입니다.초록으로 뒤덮은 여름을 뒤로 한채 가을은 화려한 새옷을 입습니다. 얇았던 이치코의 여름옷도 쌀쌀해진 기온 탓에 두꺼워집니다.

 

 

1) 나에게 가을이란?

나에게 가을이란 추억여행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마당 뒤편에 큰 밤나무가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밤을 따서 숯불에 구워 먹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대나무 막대기로 높이 달린 밤송이를 툭툭 치면 떨어진 밤송이들을 까는건 제 몫이었습니다.

따가운 밤송이들을 양발사이에 끼운 후 힘을 양옆으로 가하면 토실토실 잘 익은 알밤들이 쏙 빠져 나옵니다.저는 이 재미에 항상 알밤 까기 담당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나와의 알밤 까기 분업화인 것이죠.

길 가다 우연히 군밤 장수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 속으로 밤이라는 매개체는 그리운 아버지를 소환하게 됩니다.

 

 

2) 영화 속 이치코의 가을이란?

영화 속의 이치코도 과거의 가을과 현재의 가을만을 존재 한채 살고 있습니다. 요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엄마라는 과거인을 소환하고 회상합니다.

이치코의 가을도 저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가을이었을까요? 5년 전 이치코를 혼자 남겨 두고 말없이 떠나버린 엄마를 요리를 통해 그리워했을 것입니다.

 

 

 


《누텔라 》

 

숲에 갑니다. 가을이면 엄마가 만들어준 누텔라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주워온 개암나무 열매를 볶아 매끈해질 때까지 믹서기로 갑니다. 냄비에 코코아 파우더랑 설탕, 기름 약간을 넣고 윤기 날 때까지 저어줍니다. 누텔라라고 엄마가 가르쳐줍니다.하지만 동네 슈퍼에서 누텔라라는 초콜릿, 헤이즐럿 반죽이 세계적으로 팔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트에서 진열된 누텔라를 만들어낸 엄마를 대단하게 생각합니다.빵에 듬뿍 바른 누텔라는 이치코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호두 밥》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러 갑니다.이치코의 집에선 항상 벼베기 점심은 호두 밥입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요리 레시피대로 이치코의 점심은 풍요롭습니다.도시락 속의 호두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호두를 줍고 호두 껍질을 까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당근 스튜》

 

당근은 잡초와 경쟁하게끔 고르게 밀집해서 자라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이치코는 솎아내는 걸 잊는 데 대한 엄마의 변명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이치코의 당근밭은 잡초투성이입니다.

당근은 싹이 나면 솎아내야 합니다.포기와 포기사이는 비워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엄마의 뻔한 거짓말에 투덜거리면서도 엄마가 해준 당근 스튜를 맛있게 먹습니다.

 

 

1년 내내 이치코의 밭에는 여러 종류의 푸성귀가 있습니다. 항상 엄마가 만들어준 채소볶음.엄마의 채소볶음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치코입니다.


하지만 엄마처럼 똑같이 채소를 씻고 자르고 볶고 소금으로 간을 해도 엄마 거랑은 씹는 맛부터가 다릅니다.

 

 

이치코는 우연히 샐러리 껍질을 벗기다 문특 생각해냅니다. 엄마의 채소볶음 비법을 알아냅니다. 껍질을 벗겨서 요리한 채소 볶음은 엄마가 해준 맛과 같습니다.

엄마의 모든 음식은 이치코를 위한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하찮은 채소 볶음일지라도 엄마의 수고로움이 있었습니다.

덜렁되고 대충 하는 건 엄마가 아니고 이치코 자신이라는 걸 알아갑니다.

 

 

<엄마의 편지>

 

집을 나간 엄마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이치코의 얼굴엔 기쁨도 슬픔도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덤덤함이 있을 뿐입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가을에는 엄마의 요리를 그리워하는 이치코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이치코도 저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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